Monday, October 24, 2016

소설이 좋은건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다.소설의 인물들과 처한 상황은 다를지라도 이야기의 매 순간 나타나는 인간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바로 나의 모습일때 나는 맞아,이거야.하며 공감한다.작가란 바로 보통사람이 할수없는 '표현'을 하는 가능케하는 예술가임에 감탄하며..
누구에게나 쉽게 말하지 못하는 내면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있다.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말 못할 인간 본연의 어두운 단면들.우리는 그런 것들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나의 전부가 아닌 모습을 고백하면서 오해받을까하는 두려움 그리고 그것을 정확히 표현하기엔 나의 언어는 부족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가끔 인간은 외롭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며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음을 느낀다.소설의 인물들은 나이며,나의 친구이며 가족의 모습이다.나는 그들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한배를 탄 동지의식 같은 것을 느끼며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요즘 은희경 작가의 소설을 다시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는다.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서평을 쓴 어느 기다는 작가가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방안을 두리번거렸다고 한다.

문득 대학생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은희경 작가의 '서정시대'라는 소설집이 생각났다.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이 한때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그때 공감했던 구절을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모교강의를 하러 온 은희경 작가에게 그 구절 아래에 싸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지금 그 다이어리는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다행히 인터넷에 그 단편이 올라와 있어 다시 읽었다.

다이어리에 적어 놓았던 문장들.

'내가 늘 작은 일에 상처를 받는 것이 예민함보다는 진지함 탓임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한마디 더 덧붙인다. 너도 이제 인생에 대해 서정 적 태도를 버릴 나이가 안 됐던가?'

'진지함은 내가 계속 삶을 철저히 오해하도록 도왔고 고지식함은 그 오해를 바꾸지 못하도록 벽을 쌓았다. 나는 스스로를 이지적이고 성 숙한 여성이라고 믿었으며 이따금 나를 순진하게 보는 사람이 있는 걸 고 보아 내가 제법 교활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타락을 감추고 세 상을 속이는 데 대해 나는 원초적인 죄의식에 시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