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6, 2011


<전체주의의 기원>을 쓴 나치 연구가 한나 아렌트(1905~1975)는
그의 연인 하인리히와의 사랑을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

"당신을 만났을 때 마침내 나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게 되었어요
여전히 나로서는 '큰 사랑'과 '고유한 자신의 정체성'
이 두가지를 함께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고유한 자신을 갖게 되고부터 큰 사랑을 갖게 되었어요.
이제 나도 드디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언젠가 이 글을 읽고 내가 추구해야할 사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또한 이렇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정체성,기쁨과 슬픔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건,진정한 사랑이라는건
끊임없는 배려와 포용을 감사한 마음으로 베푸는 어렵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

2011년 4월 7일.  감사와 반성의 마음으로

오늘은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라는 문장의 느낌이 좋아 기억했던 시
그리고 어디선가 보았던 사진속의 백석의 가지런한 인상이 기억에 남았던 시다.
(사실 미남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사랑했던 여인 김영한의 스토리를 알고나니 마음을 울린다.
평생 한 사람만을 그리워한 연인.
'소유하지 못한 사랑,집착하지 않은 인생'이라는 어느 작가의 표현이 와닿는다.


순수한 사랑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요즘 세상.이런 사랑이야기는 가슴을 더 먹먹하게 만든다.


비가 그치면,길상사에 가보고 싶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