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28, 2011

무제

유난히 잠에 많은 시간을 쏟은 주말을 지낸 후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
잠이 쉽사리 들지 않는다.직장인이 겪는 월요일의 공포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다음날 놀려오는 피로도,사실 대수롭지 않다.어차피 아침이 오면 낮도 오고
저녁도 오고 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갈테니 말이다.
바깥공기에선 가을냄새가 나고 하늘속에도 가을이 보인다.청명한 새 계절이 반갑기도
하지만 요즘은 어째 어린시절의 향수와 유수같은 세월에 대한 푸근히면서도 시린 감정이 든다.
사실 적절한 단어를 찾는게 어렵다.
오늘도 그랬다.쉬다가 문득 어렸을때 엄마가 사준 카라멜 껍데기를 버리지 않고
주머니에 잘 보관해두었던 기억이 났다.엄마가 사준 카라멜이라 그 카라멜껍질을 쉽게
밖에서 버릴수 없었다.그래서 엄마가 빨래를 할때 내 호주머니에선 자주색 새콤달콤 껍데기가
뭉치로 나오곤 했다.우습게 표현된 소중한 것에 대한 애착이랄까.
꿈을 향해 먼 길을 떠나는 지인의 연락을 오랜만에 받고 매우 더웠던 어느 여름 방황했던 타인의
청춘이 떠오르며 세월의 흐름에 웃음을 짓는다.그러고보니 그 시절 나는 생전 처음 사춘기를
겪으며 내 자신과 세상에 홀로 반항하고 있었다.딱 그 나이에 어울리는 조금은 유치해보이는
방식으로.전혜린과 김영하를 즐겨 읽던 그 여름.

소리없는 열병을 앓은 것같은 이십대의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갈색느낌나는 새 계절을 맞이하려
한다.가을에 잘 익은 과일처럼 성숙하고 내 안의 모순들은 낙엽 떨어지듯이 흘려보내고
더 나은 인격을 다지고 싶다.가을과 그 뒤에 따라오는 겨울에 대한 예의이자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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