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September 25, 2016

[밑줄 긋는 엄마]#5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길의 추구,오솔길의 암시다.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누구든 출생의 잔재,시원(始原)의 점액과 알 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개구리에 그치고 말며,도마뱀에,개미에 그치고 만다.그리고 더러는 위는 사람이고 아래는 물고기인 채로 남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모두가 인간이 되라고 기원하며 자연이 던진 돌인 것이다.그리고 사람은 모두 유래가 같다.어머니들이 같다.우리 모두는 같은 협곡에서 나온다.똑같이 심연으로부터 비롯된 시도이며 투척이지만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우리가 서로를 이해 할 수는 있다.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헤르만 헤세,데미안 중

Wednesday, September 21, 2016

독일에 정착하다.

한 나라에 대한 인상은 한 사람의 관심사에 크게 좌우되는 모양이다.독일로 이사갈 것을 결정하고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헤르만 헤세,니체,전혜린과 같은 문학가들이였다.
마음과 정신이 조금 방황하던 시기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들 때문이었는지
독일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그런 진지함과 회색 빛의 날씨였다.
(이제는 조금 더 바뀌기도 했지만 말이다.예를 들면 독일제 주방기구나 가구? 흐흐)

독일에 온지 한달 반 정도가 되어간다.독일에 대한 이미지가 꽤나 무거웠던지,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밝고 청량하다.아마도 길었던 여름날씨 덕택일 것이다.무뚝뚝하다던 독일 사람들도 미국인처럼 표현이 풍부하지는 않아도 친절함이 느껴진다.다 사람나름이겠지만.
우리가 사는 뒤셀도르프는 나름 상업과 패션의 도시라 그런지 시내에 나가면 큰 활기도 느껴진다.

사람의 적응력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몸과 마음이 어느 정도 이 곳에 적응된 듯 하다.밝았다 갑자기 흐려지는 날씨도 당황스럽지 않고.부족한 독일어로 동네 빵집에서 채원이랑 빵도 사먹고,놀이터에서 독일꼬마들이 독일어로 말을 걸어도 손짓발짓으로 여유있게 대꾸한다.
시내에서 우리집으로 가는 길 나타나는 광활한 밀밭도 이제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응이 되었으니 자,이제 덮어두어던 책을 다시 열어봐야겠다.내게 독일에 대한 좋은 감정을 품게 해준 헤세의 데미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