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October 15, 2011

10월10일의 프레임

3호터널 사거리에 서 있다. 뒤로는 남산이 어두운 녹색 숨을 내뿜고 눈 앞으론 망막을 자극하는 오렌지색 불빛이 쏟아진다.유럽의 어느 장인이 만들었을 통가죽이 자랑스럽게 진열된 쇼윈도 앞에서,인생의 prelude를 지낸 한 사람은 귀에 들리는 카뮈의 서문을 들으며 자연과 일상을 통해 절대와 신성을 얘기하고자하는 그 모방 불가능한 그들의 언어를 들을 수 있음에 조용한 감탄과 행운을 느낀다.
한마디 한마디 자신을 채우는 꽉찬 열매와 같은 글귀에 스승 그르니에에 대한 카뮈의 찬미에 홀로 공감을 표한다.

그르니에의 '섬'에대한 알베르카뮈의 서문 중 몇구절..

'그러나 그르니에라면 이러한 어조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는 오히려 한마리 고양이의 죽음,어떤 백정의 병,꽃의 향기,지나가는 시절의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책 속에서 정말로 다 말해버린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모두가 여기서는 어떤 비길데없는 섬세함과 힘으로 암시되어 있다.정확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저 가벼운 언어는 음악의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그 언어는 빠르게 흐르지만 그 메아리는 긴 여운을 남긴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 본 후 겨우 그 처음 몇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에 가슴에 꼭 껴안고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돌아가고 싶다.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는 저 남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겁게 부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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