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24, 2012

상념과 사색의 시간은 어쩌면 별것아닌 순간들에 녹아있다. 이를테면 엘레비이터 안에서 무심히 기대 네모난 숫자 버튼을 하릴없이 세어볼때,머리를 빗은 후 물줄기를 세게 튼 샤워기로 타일 위 머리카락을 흘려보낼 때,하얀 페인트칠 된 부분만 밟으며 (이럴 때 난 꼭 영화 'as good as it gets'의 잭니콜슨이 생각난다.) 횡단보도를 건널때. 이런 사소하고도 별것아닌 듯한 순간들에 찾아오는 갖가지 상념들은 빛을 발하기도 한다.언젠가의 시간,지금,언제가 있을 그날,그 곳,세상 ,지금쯤 빛나고 있을 어느곳 밤하늘의 별,얼굴 모르는 이의 웃음과 눈물 어제 회사에서 깜빡잊고 하지못한 업무,아침에 먹었던 과일,아까 지나가다 보았던 강아지 얼굴,아직도 맴도는 인상깊은 신문기사 한구절,다섯살 어린 나의 어떤 한 장면,루시드폴 노래가사,사야 할 샐러드용 야채 이름,잃어버린 꿈,아직 한구석에 남아 꿈틀거리는 꿈,..신의 존재. 그러는 사이 엘레베이터는 지상으로부터 멀어져 훌쩍 올라와있고,머리카락은 뭉치가 되어 배수구 구석에 놓여있으며,초록 신호등의 화살표는 소멸하여 빨간 불로 변해있다.

Thursday, January 5, 2012

라디오천국

요즘 나의 새로운 습관은 라디오 켜기.
버튼을 옆으로 톡 돌릴때의 쾌감이란.

단아한 나무상자 속에서 흘러나오는 환상의 소리들.
디제이의 조곤조곤한 목소리.
아침 출근 준비할 땐 문학을 들려주고 밤이 되면 세상소식과
얼굴모르는 사람들과 수줍게 공유하는 사람사는 이야기.
오래전 옛 노래들.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지난시간들,지금의 이야기와 앞으로 그려질 그림들.
어느 스마트TV보다도 스마트폰보다도 큰 감동을 주는 나무상자라디오.
내 기분은 60년대 마을에 한대 뿐인 TV를 보는 느낌.

이걸쓰는 순간엔 짝사랑에 빠졌던 어느 중학생 소녀가 투박한 워크맨에 넣어
듣던 김건모의 노래가 흘러니온다.

라디오천국.wonderful radio.
영원함의 부재에 대해 인정하다.
그러나 이것은 삶에 대한 냉소는 아니다.
삶에 대한 수긍일 뿐.
그걸 인정하기 까지 너무 오래걸렸는지도.
혹은 인정하지말아야 할것을 해버렸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