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7, 2012

김환기 전

장욱진,이우환,김환기..

세 화가의 전시를 같은 곳에서 보면서
나에게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화가임이 확고해졌다.

이우환이 그린 붓질이 아무렇게나 그린 붓질이 아니듯,
김환기가 그린 점 하나하나는 아무런 점도 아니지 않다.

그의 점은 그리움이다.고국에 대한,가족과 친구에 대한,자연에 대한.

캔버스와 면 위에 놓인 무수한 점 하나하나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의 작업을 거쳤고
점의 테두리 또한 그렇다. 어떤 작품(무제)에 놓여진 큰 선들은 그린 것이 아니라 점을
그리면서 형성된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림을 보면 저절로 상상을 하게 된다.저 광활한 캔버스에 화가는 어떤 자세로 작업을
했을까,얼마나 길고 고된 작업이었을까.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는 그림은 얼핏 단순하고 간단해보일지 모르나 이렇게 직접
작품을 보면 당시 화가의 흔적과 혼이 마음이 와닿는 것이다.

30년대에서 50년대를 아우르는 서울,파리시대의 그림은 장욱진의 작품과 닮은 느낌이다.
사물,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애틋한 시선이 담긴..

시간이 흐르면서 점,선,면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보면서 미술작품과 인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성숙하면서 그들이 깨닫고 느낀 삶에 대한 생각 또는 철학을 압축하여 보나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모든 것은 '깊이를 획득한 단순함'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그리하여 사람들은 복잡하게 많은 것을 말하고자 하지보단 단순하고 조용한 것에 끌리게 되는 것 같다.단 그것이 깊이를 지녔다는 전제하에.텅 비어 없는 것과 꽉 차있지만 없어
보이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할 것이다.

여담으로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은 '날개'의 작가 이상의 부인였다고 한다.주말 일간지에
실린 김환기의 인터뷰 중,아내 김향안에 대한 묘사가 참 좋다.
“아내는 먹을 것이 있든 없든 항상 명랑하고 깨끗하다. 아내는 낙천가다. 아내는 나에게 지지 않게 목공예품들의 고완품을 좋아한다… 나는 생활에 있어서나 그림에 있어서나 아내의 비판을 정직하게 듣는다.” (인터뷰출처:중앙선데이)

시인 김광섭의  시 구절을 딴 김환기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김환기 작 코튼에 유채, 232 x17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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