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30, 2013

[My Story] 커피를 마시는 시간

우리나라만큼 커피샵이 많은 나라도 없을 거다.이 골목을 지나면 커피샵,저 골목을 돌아도 커피샵.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마셨나싶다.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가 커피소비강국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어쩌다보니 습관상,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취향에 맞지도 않는 커피를 하루에도 몇잔씩 들이키는 걸지도 모른다.나만해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셨는지! 그 시절엔'아침엔 빈속에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바짝 든다'맹목적인 믿음이 있어 그 탕약같은 커피를 잘도 마셨던 것 같다.또 사람들과의 미팅 혹은 담소를 위해 '아까 마셨지만 또 한잔 마시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했던지.하루종일 커피배가 불러있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닌 자리에서 커피는 어색함을 경감시켜주는 기특한 역할을 한다.친한 지인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에선 커피잔이 앞에 놓여있어야 덜 불안하다.대화와 대화 사이의 침묵을 커피를 홀짝거리며 흘려보낼 수 있으니.

그래도 내게 커피마시는 시간은 '쉼'과 같다.
뜨거운 컵안에 가득찬 고풍스런 갈색 물을 응시하는 순간,내몸이 일시정지하여 사방의 평온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오는 느낌이다.이 느낌은 햇빛이 쏟아지는 한낮 혼자 마시는 순간에 극대화된다.혼자 커피마시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거다.


거투르드 스타인이 커피에 대해 썼던 글이 생각난다.

"커피를 마실 때가 좋다.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료 이상이며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이다.
 어떤 사건처럼 자리잡고 있어야 할 장소지만 그렇다고 어디라고 가리킬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자기 자신 속의 어느 한 곳이다.
 커피는 시간을 준다.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한잔 더 마시기를! "

 본연의 자신이 된다...
 다소 거창해보이지만 사소한 순간 속에 거대한 행복이 있음을 믿는다.

 I love coffee.

             
                 집에서 커피 즐기기
                 & 시카고에서 제일 좋아하는 Intelligentsia coffee.:D






Wednesday, April 3, 2013

[Art Talk] 고통을 위트로,야요이 쿠사마

2011년 9월 갤러리현대에서 처음 야요이 쿠사마(1929~)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Epic of Units(반복의 서사시)라는 아시아 여성 4인의 전시에서였다.

작은 물방울들이 그물망이 되어 캔버스를 뒤덮고 있는 오렌지색 그림.

내게 어떤 그림이 마음에 와닿을 때 첫번째로 통과해야하는 점은
'내눈에 보기 좋은 것'이다.아무리 유명한,어떤 심오한 뜻을 가진,
사회적 또는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라해도 내 눈에 미적이지 않다면
관심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

2011년 갤러리현대에서 야요이 쿠사마의 그림을 보았을 때 내 마음에
오렌지 색이 들어왔다.(오렌지색이라면 일단 호감이 간다.)



이 그림은 멀리서 보았을 땐 그냥 오렌지색 뿐이지만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면 작은 물방울들이 그물망이 되어 캔버스를 뒤덮고 있다.
동일한 형태의 무한반복.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한땀 한땀 수를 놓듯이 반복의 쾌감을 느꼈을거라 추측해 본다.

이 사람은 누굴까,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야요이 쿠사마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정신질환을 겪었다. 그녀에게 예술은
탈출구이자 치유의 방법이었다.동일한 무늬의 반복과 확산은 그녀의 강박증과 환각증세에서 나온 것이었다.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의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우연히 발견한 야요이 쿠사마의 그림.
반가웠다.
                                            Infinity Net,1960,Oil in Canvas

색과 크기만 다를 뿐,한국에서 본 그 그림과 같다.그녀는 이런 그림을 얼마나 그린 것일까.결핍을 예술로 승화시켜 그녀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상이 되었을까.

야요이 쿠사마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마르고 창백한 백발의 할머니가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작은 고양이와 함께 외롭게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그녀는
Oh my God!!

여든살치고는 파격적인 스타일의 이 할머니는 놀라운 팝 아티스트였다.심지어 작년에는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까지 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환각과 강박증에서 나온 땡땡이 무늬는 세계적 명품에도 입혀진 것이다.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예술혼을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위트와 즐거움을 선사해주니
이 할머니야말로 이 시대 긍정의 아이콘이 아닐까.

                       야요이쿠사마가 콜라보레이션한 뉴욕의 루이비통 매장(2012)

                                                                 (사진출처:진화랑 갤러리)

효자동을 지날때마다 보았던 저 땡땡이 무늬의 호박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그녀의 작품이었다.하하.






[Art Talk] Finding Georgia O'keeffe

시카고에 오기 전 나는 조지아오키프의 그림을 보게 될 생각에 설레였다.
그녀가 수학한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에서 여러 그림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

Georgia O'keeffe(1887-1986)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는 자연, 특히 꽃을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
오키프의 꽃그림은 테이블 위  화병에 꽂혀있거나 들에 핀 꽃이 아니다.
꽃이라는 사물 그 자체를 섬세하게 클로즈업 한 모습이 화폭을 꽉 채운다.마치 꽃을 눈 앞에 가져다두고 싱싱한 잎의 선과 부드러운 질감을 직접 느끼는 것 같다.꽃을 멀리두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작은 난쟁이가 되어 꽃 안에 들어가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

사람들은 조지아오키프의 꽃 그림을 성적인 묘사라고도 한다.그런 추측적인 평론이나 어떤 의도를 제쳐두고,나는 일단 조지아오키프의 꽃 그림이 좋다.
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아름다운 색채와 감각적인 선의 느낌.
그리고 결국 알게된 '작가의 의도'.

"사람들은 대부분 실제로 꽃을 보지 않는다.꽃은 너무 작고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꽃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본 것을 그리겠다고.
나는 사람들이 놀라서 그것을 쳐다볼 시간을 갖도록 꽃을 아주 크게 그린다
.<조지아오키프>"

그녀는 그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꽃을 그린게 아닐까.

                                            Red poppy,1927,Oil on Canvas               

한 눈에 반한 Red Poppy.양귀비.
'매혹적인,고혹적인' 이 두 형용사가 떠오른다.강렬한 붉은 잎 가운데 보이는 심연의 어두움이 유혹적이다.붙여진 이름때문일까,당 현종의 양귀비처럼 아름답지만 어쩐지 불안한 모습을 지울 수 없다.
한동안 회사 노트북 배경화면에 올려 놓았던 그림.회의 중 우연히 띄워진 이 그림을 본 한 상사의 말이 생각난다. '저 꽃 왠지 모르게 야하네...'

                                         White Camellia,1939,Oil on Canvas


그리고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만나게 된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들
                                Cows Skull with Calico roses,1931,Oil on canvas

                          Yellow Hickory leaves with Daisy,1928,Oil on canvas

                                    Red Hills with flowers,1937,Oil on canvas
                                      Sky above Clouds,1965,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