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3, 2013

[Art Talk] 고통을 위트로,야요이 쿠사마

2011년 9월 갤러리현대에서 처음 야요이 쿠사마(1929~)의 그림을 보게 되었다.
Epic of Units(반복의 서사시)라는 아시아 여성 4인의 전시에서였다.

작은 물방울들이 그물망이 되어 캔버스를 뒤덮고 있는 오렌지색 그림.

내게 어떤 그림이 마음에 와닿을 때 첫번째로 통과해야하는 점은
'내눈에 보기 좋은 것'이다.아무리 유명한,어떤 심오한 뜻을 가진,
사회적 또는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라해도 내 눈에 미적이지 않다면
관심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

2011년 갤러리현대에서 야요이 쿠사마의 그림을 보았을 때 내 마음에
오렌지 색이 들어왔다.(오렌지색이라면 일단 호감이 간다.)



이 그림은 멀리서 보았을 땐 그냥 오렌지색 뿐이지만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면 작은 물방울들이 그물망이 되어 캔버스를 뒤덮고 있다.
동일한 형태의 무한반복.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한땀 한땀 수를 놓듯이 반복의 쾌감을 느꼈을거라 추측해 본다.

이 사람은 누굴까,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야요이 쿠사마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정신질환을 겪었다. 그녀에게 예술은
탈출구이자 치유의 방법이었다.동일한 무늬의 반복과 확산은 그녀의 강박증과 환각증세에서 나온 것이었다.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의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우연히 발견한 야요이 쿠사마의 그림.
반가웠다.
                                            Infinity Net,1960,Oil in Canvas

색과 크기만 다를 뿐,한국에서 본 그 그림과 같다.그녀는 이런 그림을 얼마나 그린 것일까.결핍을 예술로 승화시켜 그녀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상이 되었을까.

야요이 쿠사마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마르고 창백한 백발의 할머니가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작은 고양이와 함께 외롭게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그녀는
Oh my God!!

여든살치고는 파격적인 스타일의 이 할머니는 놀라운 팝 아티스트였다.심지어 작년에는 루이비통과 콜라보레이션까지 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환각과 강박증에서 나온 땡땡이 무늬는 세계적 명품에도 입혀진 것이다.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예술혼을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에게 위트와 즐거움을 선사해주니
이 할머니야말로 이 시대 긍정의 아이콘이 아닐까.

                       야요이쿠사마가 콜라보레이션한 뉴욕의 루이비통 매장(2012)

                                                                 (사진출처:진화랑 갤러리)

효자동을 지날때마다 보았던 저 땡땡이 무늬의 호박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그녀의 작품이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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