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5, 2013

[My Story] 오늘은 어린이날

어른이 되고도 십년이나 지났다고 어린이날을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철없는 학생이었던 나에게도,피로에 쩔은 회사원이었던 나에게도,주부가 된 지금의 나에게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기에.'어린이'라는 그 이름은 공평하게도 모두가 경험했던 것이기에.

그 시절 5월 5일 어린이날은 소풍 전날 처럼 참 설레이는 날이었다.어린이날엔 내가 좋아하는 숫자인 5가 두번이나 들어갔다.거기다 내 생일 3일 후 등장하는 또 한번의 '나를 위한' 날이였다.비록 '오로지 나를 위한'날이었던 생일보단 집중도가 떨어졌지만..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던'미미','쥬쥬' 라는 이름을 가진 마루인형을 부모님께 선물 받을 수 있어서 더 설레였던 것 같다.

누군가가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까?'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그만큼  나이 든다는 것이 좋다.타임머신을 태워 대학생 시절로 보내준다고 해도 난 거절 할 것이다.나이듦에 따라 얻는 수많은 경험,감정과 느낌이 내겐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그리고 어른의 삶이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그러나 가끔 우연히 마주치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보면 내가 참 멀리 와버렸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별것 아닌 것에도 깔깔대거리는  웃음,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눈빛,계산없는 단순함..

어린이인 나와 어른의 나의 차이는  행복의 발화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였던 나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얼음땡'을 하며 놀때 온 세상이 내것 같았다.내가 좋아하던 베스킨라빈스 파인트를 아빠가 사오셨을 때 세상은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었다.어른인 나에게이제  그런 놀이나 군것질 따위는 그 시절만큼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
어린이였던 나의 꿈은 '수퍼마켓 주인'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맘껏 먹을 수 있었으니깐.언제서부턴가 타인과 세상을 의식하기 시작한 언제서부턴가 내 꿈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이였던 내게 행복의 기준은 높지 않았고 오로지 내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연소할 수 있었다.

내 안의 '어린이'를 잊지 않는다면 오래도록 행복할 것 같다.






Friday, May 3, 2013

[My Story] 콩자반에 대한 단상

동그랑땡,계란에 부친 스팸...이런 반찬이 단연 최고였던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통을 열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콩자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음식가리지 않는 나의 내부에서도 소심한 반찬투정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맞긴 맞나보다.(내가 어른임은 파를 덥썩 집어먹을 때와 같은 순간에 피부에 와닿는다.) 반짝반짝 윤기나는 이 달콤짭짜름한 콩자반이 맛있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거기다 이소플라본을 듬뿍 선사해주는 이 작지만 실속있는 녀석을..

콩자반을 만들기 위해 두번의 실패를 겪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위안해본다.처음 만들 땐 콩을 너무 오래 삶아 껍질이 다 벗겨졌다.콩자반 특유의 쫀득쫀득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없었다.다음번엔 꼭 쫀득쫀득한 콩자반을 만들겠다는 열렬한 의지를 다졌다.과유불급이라더니 의지가 지나쳐 두번째 콩자반은 거의 돌멩이가 되어버렸다.콩자반은 의외로 잘 만들기 어려운 반찬이었다..적어도 내겐.

아직 성공하지 못한 콩자반을 만들며 학창시절이 생각났다.엄마는 콩자반을 맛있게 만드셨는데,그만큼 시간과 정성을 쏟으셨을텐데..감사하며 먹을걸.
나는 그때 반찬통을 신나게 굴러다니던 그 콩들을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이십년이 지난 지금 엄마표 콩자반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보낸다.

신랑 이가 부서질뻔한 두번째 돌멩이 작품





[My Story] 무제

그럭저럭 괜찮은 일상 중에도 가끔 그 느낌,그 지점이 찾아온다.
그 느낌을 사실 무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단순하게 외로움이라고 할 순 없다.
그렇다면...인간의 고독? 아니,그건 조금 거창해보인다.무기력?허탈함?
내게 딱 맞는 옷같은 그런 단어는 찾기 힘들다.
공허함?그나마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른 아침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충만함이라면 하루의 끝무렵 지평선 너머로 잠기는 태양은 공허함이었다.거기엔 씁쓸한 맛이 난다.
여유있고 온화하게 세상을 감쌌던 아침의 태양이 해질녘엔 낯설게 느껴진다.매정하게 사라져버린다.태양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씁쓸함을 더해준다.그래도 떠나간 사람들과 달리 태양은  다시 돌아온다.
이 공허함은 어디로부터 솟아나온 걸까.석양이 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 것일까,아니면 내 마음이 석양을 공허하게 만들어버린 걸까.이 감정의 근원을 찾는 것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만큼 어렵다.
누구에게나 이런 지점이 있을 것이다.그것이 외로움이든 공허함이든.그것이 지나쳐 삶을 무겁게 만들지만 않는다면,충만함이나 행복감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어떤 감정이 솟아나오는 지점 말이다.내겐 석양이 지는 때가 바로 그 지점이다.

밤이면 달이 떠오른다.어둠 속에서 빛나는 차고 무겁지만 다시금 내게 어떤 다정한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내게 상반된 감정을 안겨줄 태양을 꿈꾸며,달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든다.
                                      시카고 죤 행콕 센터에서 바라본 석양
                                      (그러나 이땐 공허함이 찾아오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