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3, 2013

[My Story] 콩자반에 대한 단상

동그랑땡,계란에 부친 스팸...이런 반찬이 단연 최고였던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통을 열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콩자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음식가리지 않는 나의 내부에서도 소심한 반찬투정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맞긴 맞나보다.(내가 어른임은 파를 덥썩 집어먹을 때와 같은 순간에 피부에 와닿는다.) 반짝반짝 윤기나는 이 달콤짭짜름한 콩자반이 맛있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거기다 이소플라본을 듬뿍 선사해주는 이 작지만 실속있는 녀석을..

콩자반을 만들기 위해 두번의 실패를 겪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위안해본다.처음 만들 땐 콩을 너무 오래 삶아 껍질이 다 벗겨졌다.콩자반 특유의 쫀득쫀득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없었다.다음번엔 꼭 쫀득쫀득한 콩자반을 만들겠다는 열렬한 의지를 다졌다.과유불급이라더니 의지가 지나쳐 두번째 콩자반은 거의 돌멩이가 되어버렸다.콩자반은 의외로 잘 만들기 어려운 반찬이었다..적어도 내겐.

아직 성공하지 못한 콩자반을 만들며 학창시절이 생각났다.엄마는 콩자반을 맛있게 만드셨는데,그만큼 시간과 정성을 쏟으셨을텐데..감사하며 먹을걸.
나는 그때 반찬통을 신나게 굴러다니던 그 콩들을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이십년이 지난 지금 엄마표 콩자반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보낸다.

신랑 이가 부서질뻔한 두번째 돌멩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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