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December 25, 2013

[My Story] 크리스마스

종교가 있든 없든,나이가 적던 많건,어디에 있던
'크리스마스'는 그 자체로 설레임을 안겨 준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여러 면에서 의미 있다.
미국에 와선 처음 맞는, 신랑과 내가 둘이 맞는 마지막이자
동시에 뱃속의 아가와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기 때문이다.

이 동네 집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경쟁이라도 하듯
집과 마당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가기 전 이른듯하지만 11월 초,
우리도 조촐하게나마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보자하여
50불로 해결한 우리의 크리스마스트리.
집안이 한결 화사해졌다.

 
 
 
 

                                                       Merry Christmas!

Saturday, September 21, 2013

[My story] 첫 레고

                              샌프란에 사는 사촌언니가 준 폭스바겐 레고가
                              우리 부부의 레고 첫 작품이 되었다.
                              디테일이 많아 보기보다 고난이도였다.
                              캠핑카여서 차 안에는 테이블도 있고 커텐도 달렸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레고더미에서 piece를 찾아내는 일!
                                
                               

Friday, September 20, 2013

[My Story] 비행기에서

#이륙 전
  여행 전 설레임이 커지는 순간 중 하나는 비행기 탑승 전 게이트 앞이다.
  통유리 밖으로 넓게 펼쳐진 활주로를 바라본다.우리를 태우고 새로운
  곳으로 데려갈 비행기들이 각자 제자리에서 분주히 준비하고 있다.
  수하물을 운반하거나 비행기를 점검하는 공항 직원들 또한 바삐 움직인다.
  그와 대조되는 여유로운 나의 설레임은 그 풍경과 사람들에게 전이되어
  아름답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미화되어 보여진다.

# 비행기 안
   기나긴 비행.그나마 다행인 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쉽게 잠들수 있는
   무던한 수면취향이다.그럼에도 가끔은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내 앞에 놓여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자유로운 삶마저 지루해질 때쯤,
   문득 창밖을 내다본다.어둠 속에서 어두운 바깥을 쳐다본다.내가 우주에
   떠 있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밤하늘은 고요하고 적막하고 신비롭다.
   높은 곳에 떠있으며 마주하게 되는 감정은 고소공포와 같은 물리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바로 거대한 우주에 놓인 존재의 위축감이다.
   이 거대한,아니 우주의 관점에서는 아주 조그마한,비행물체를 움직이는
   파일럿이 새삼 우러러보인다.하늘보다 높은 우주 아래,어둡고 적막한 고요함이
   가져오는 고독과 마주하며 홀로 기나긴 여행을 하고 있을..
   우리가 뻣뻣하게 허리를 세우며 잠에 뒤첚이고 있을 때,파일럿은 고독을
   가로질러 어둠 속을 헤쳐나간다.그들은..고독할까?

# 착륙 전
    활주로에 닿기 전 낮은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다.보드라운 흰 눈같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내가 북극에 온것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땅 위의 현실에 맞닿기 전 우리는
    천국과 같은 자연을 목격하는 몇분간의 위대한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Monday, September 2, 2013

MET(4) love this color!

                                    둘이 만났을때 더 예쁜 두 색.
                                    난 저 색들을 단순히 '빨강'과 '파랑'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걸까,
                                    벽돌같은 적색과 따뜻한고 농도짙은 하늘색?

                                  

                                   I LOVE HOCKNEY!
                                   라고 뒤에 서 계시던 백발의 할머니가 외치셨다.
                                   저두요! 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호크니는 명랑한 색들로 캘리포니아스러운
                                   화사함을 전해준다.

Tuesday, August 13, 2013

MET(3)폴록,바넷뉴먼 그리고 로스코

                                                     "Jack The Dripper!"
            예전에 처음 잭슨폴록의 그림을 봤을땐 '그냥 물감을 막 뿌렸네?'라고
            생각했었다.그러다 그가 왜 뿌렸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왜 드리핑을 하게 되었는지 진짜 그의 마음은 알지 못하겠지만
            시도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멋지다.
            넓은 캔버스 위에서 한손엔 물감통을 한손엔 붓을 들고 춤추는
            몰아지경의 잭슨 폴록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자세히보면 참 잘 뿌렸다.어떤 규칙이 있진 않았을 것 같은데
            색깔도 이쁘게 참 잘..뿌렸다.
               
                                   Barnett Newman,1905-1970
                                   Concord,1949,Oil and masking tape on canvas
     
            바넷뉴먼은 마크 로스코의 친구이기도 한 미국의 색면추상화가.
            그의 작품의 특징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Zips"라고 불리우는
            저 수직선이라고 한다.
            이 그림의 제목은 'Concord'인데 바로 헨리 데이빗 소로의 책
            월든에 나오는 마을 콩코드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리기 14년 전 아내와 신혼여행을 간 곳이라는데,
            그렇다면 저 두개의 Zips는 숭고함을 상징했던 다른 그의 작품들과는
            달리,오랜시간 한곳을 바라보며 살아온 자신과 자신의 아내를 뜻하는게
            아닐까? 하는 다소 낭만적인 상상을 해본다.
                                    
                                   

                           말이 필요없는 로스코.
                           최종으로 보고싶은 로스코의 작품은 휴스턴 예배당에
                           걸려있다는 오로지 검정으로만 그려진 그의 Untitled들..

MET(2) 마티스와 고갱

마티스와 고갱의 그림을 좋아하는
두가지 공통된 이유는
이국적인 느낌과 강렬한 색채다.
                                    Reclining Odalisque,1926,Oil on canvas
                                    누워있는 오달리스크.
                                    마티스의 그림 배경으로 자주 보이는
                                    저 모로코풍의 이국적인 문양이 난 너무 좋다.
                                    (오달리스크란 누드 또는 옷입은 여인을 그린 한 유형)
                                  
                                    The Siesta,ca, 1892-94,Oil on canvas
                                   
                                   내게 고갱은 달과6펜스의 기억이다.
                                   타히티섬 여인들의 자연스런 모습.
                                   모자를 쓴 여인의 강렬한 남색 치마와
                                   누워있는 여인의 빨간 옷의 조화가 눈에 들어온다.

 
 

MET(1)

집에 들여놓고 싶었던 자기들
하얀 빛깔이 청아하다.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의 빛
                                                     월요일 오후 MET

[My Story] 외출

마치 분당 사는 사람이 서울시내 나가듯
뉴저지 주민인 나는 맨하탄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수많은 문화적 풍요가 지척에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늘은 Metropolitan Museum에 가봐야겠다.
예전에 뉴욕여행을 할 때마다 들렸던 곳이다.그때마다 항상 바쁜 여행스케쥴로
주요장면만 훝고 지나간 느낌이었다.그러나 이젠 온전한 여유로움에 나를 맡기고 찬찬히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메디슨 에비뉴의 작은 카페에 앉아 오믈렛을 주문했다.
혼자 하는 식사가 어색할것 같았는데,주변엔 나처럼 혼자 먹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의외로 괜찮았다.오늘 처음 느꼈다.혼자 시간에 쫒기지 않고 식사를 음미하는 이 순간이 참 고요하고 평온하다는 걸.가끔식은 해볼만 하다는 것을.

배를 배불리 하고 성당에 들려 마음을 배불리하고.
길가 쇼윈도의 멋진 것들을 보며 눈도 배불리하고.

71가의 St.Patricks 성당
                                   
                                    이 거리엔 잘차려입은 멋쟁이들과
                                    멋진 상점들이 즐비하더라
             
                                
                                     드디어,오늘 나의 목적지
                                 




Thursday, August 8, 2013

[My Story] 조촐한 식사

                      아스파라거스 구이 & 파와 양파를 넣은 계란 & 포카치아
가래떢 떡볶이
무채 비빔밥
스쿨푸드의 '스팸마리2'를 따라해보여했지만..
김밥 위에 달걀을 잘 마는게 어찌나 어렵던지
달걀을 말아 단정한 모습으로 살아남은 김밥은 저 왼쪽 한개.
                              스팸 한통으로 위에 스팸김밥,아래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남은 스팸 반의 반조각으로
                              아스파라거스&스팸&마늘 가래떡 볶음
스테디셀러 I love 김치볶음밥
 
요리를 좋아한다는 나도 신랑이 집에 없으면 요리에 손을 놔버린다는
         슬픈 사실을 알게 됐다.그리하여 혼자 먹는 메뉴는 김치볶음밥,김치찌개,
김치볶음..메인 겸 반찬이 오로지 김치로만 이루어진 식단이 되버렸다.
또 식사 준비 및 설거지의 효율성을 위해 큰 접시에 밥과 반찬을
모두 담아 먹는 뷔페식(?) 생활을 해왔다.
더이상 이러면 안되겠다,사람답게 차려먹자라는 생각에,
어제 첼시마켓에서 뉴요커 주부마냥 구입한 접시와 계란전용(?) 후라이팬에
담아 카페스타일(누구맘대로?) 브런치를 즐겼다.
별거 아니지만 예쁘게 담아 먹으니 밥맛이 더 좋다.


Saturday, June 15, 2013

[My Story] LACMA

LA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Getty Museum이었지만..
시간 관계상 가까운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그리고 만족했다!

사람이 많아 Stanley Kubrick의 특별전은 보지 못했지만
자그마한 마티스 특별전과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들을 볼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다.

                                                         LACMA 내부

                       
                      Jazz 책을 위해 마티스가 종이를 오려 만들었던 삽화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을 여기서 또 만났다.
                                  서울,시카고에 이어 LA에서.이번엔 블랙앤화이트!
                                   재치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를 발견
                                   '이것은 파이프가 아닙니다'
                                    편견을 깬 상상력이라는 의미는 둘째치고
                                    난 저 그림의 아이보리색 바탕 위 고풍스런 갈색이라는
                                    색감이 참 좋다.더불어 글씨체까지.
                                       또 만난 로스코의 Untitled.
                                       보아온 다른 작품들보다 작았지만 저만치 놓인
                                       의자 위에 앉아 '응시하기'를 또 한번 시도해보았다.
                                      
 
왠지 마음이 갔던 파울클레의 그림
Happy happy!

Sunday, May 5, 2013

[My Story] 오늘은 어린이날

어른이 되고도 십년이나 지났다고 어린이날을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철없는 학생이었던 나에게도,피로에 쩔은 회사원이었던 나에게도,주부가 된 지금의 나에게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기에.'어린이'라는 그 이름은 공평하게도 모두가 경험했던 것이기에.

그 시절 5월 5일 어린이날은 소풍 전날 처럼 참 설레이는 날이었다.어린이날엔 내가 좋아하는 숫자인 5가 두번이나 들어갔다.거기다 내 생일 3일 후 등장하는 또 한번의 '나를 위한' 날이였다.비록 '오로지 나를 위한'날이었던 생일보단 집중도가 떨어졌지만..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던'미미','쥬쥬' 라는 이름을 가진 마루인형을 부모님께 선물 받을 수 있어서 더 설레였던 것 같다.

누군가가 '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까?'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그만큼  나이 든다는 것이 좋다.타임머신을 태워 대학생 시절로 보내준다고 해도 난 거절 할 것이다.나이듦에 따라 얻는 수많은 경험,감정과 느낌이 내겐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그리고 어른의 삶이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그러나 가끔 우연히 마주치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을 보면 내가 참 멀리 와버렸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별것 아닌 것에도 깔깔대거리는  웃음,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눈빛,계산없는 단순함..

어린이인 나와 어른의 나의 차이는  행복의 발화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였던 나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얼음땡'을 하며 놀때 온 세상이 내것 같았다.내가 좋아하던 베스킨라빈스 파인트를 아빠가 사오셨을 때 세상은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었다.어른인 나에게이제  그런 놀이나 군것질 따위는 그 시절만큼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
어린이였던 나의 꿈은 '수퍼마켓 주인'이였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맘껏 먹을 수 있었으니깐.언제서부턴가 타인과 세상을 의식하기 시작한 언제서부턴가 내 꿈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린이였던 내게 행복의 기준은 높지 않았고 오로지 내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연소할 수 있었다.

내 안의 '어린이'를 잊지 않는다면 오래도록 행복할 것 같다.






Friday, May 3, 2013

[My Story] 콩자반에 대한 단상

동그랑땡,계란에 부친 스팸...이런 반찬이 단연 최고였던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통을 열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콩자반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음식가리지 않는 나의 내부에서도 소심한 반찬투정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맞긴 맞나보다.(내가 어른임은 파를 덥썩 집어먹을 때와 같은 순간에 피부에 와닿는다.) 반짝반짝 윤기나는 이 달콤짭짜름한 콩자반이 맛있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거기다 이소플라본을 듬뿍 선사해주는 이 작지만 실속있는 녀석을..

콩자반을 만들기 위해 두번의 실패를 겪었다.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위안해본다.처음 만들 땐 콩을 너무 오래 삶아 껍질이 다 벗겨졌다.콩자반 특유의 쫀득쫀득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없었다.다음번엔 꼭 쫀득쫀득한 콩자반을 만들겠다는 열렬한 의지를 다졌다.과유불급이라더니 의지가 지나쳐 두번째 콩자반은 거의 돌멩이가 되어버렸다.콩자반은 의외로 잘 만들기 어려운 반찬이었다..적어도 내겐.

아직 성공하지 못한 콩자반을 만들며 학창시절이 생각났다.엄마는 콩자반을 맛있게 만드셨는데,그만큼 시간과 정성을 쏟으셨을텐데..감사하며 먹을걸.
나는 그때 반찬통을 신나게 굴러다니던 그 콩들을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이십년이 지난 지금 엄마표 콩자반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마음을 보낸다.

신랑 이가 부서질뻔한 두번째 돌멩이 작품





[My Story] 무제

그럭저럭 괜찮은 일상 중에도 가끔 그 느낌,그 지점이 찾아온다.
그 느낌을 사실 무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단순하게 외로움이라고 할 순 없다.
그렇다면...인간의 고독? 아니,그건 조금 거창해보인다.무기력?허탈함?
내게 딱 맞는 옷같은 그런 단어는 찾기 힘들다.
공허함?그나마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른 아침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충만함이라면 하루의 끝무렵 지평선 너머로 잠기는 태양은 공허함이었다.거기엔 씁쓸한 맛이 난다.
여유있고 온화하게 세상을 감쌌던 아침의 태양이 해질녘엔 낯설게 느껴진다.매정하게 사라져버린다.태양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씁쓸함을 더해준다.그래도 떠나간 사람들과 달리 태양은  다시 돌아온다.
이 공허함은 어디로부터 솟아나온 걸까.석양이 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 것일까,아니면 내 마음이 석양을 공허하게 만들어버린 걸까.이 감정의 근원을 찾는 것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만큼 어렵다.
누구에게나 이런 지점이 있을 것이다.그것이 외로움이든 공허함이든.그것이 지나쳐 삶을 무겁게 만들지만 않는다면,충만함이나 행복감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어떤 감정이 솟아나오는 지점 말이다.내겐 석양이 지는 때가 바로 그 지점이다.

밤이면 달이 떠오른다.어둠 속에서 빛나는 차고 무겁지만 다시금 내게 어떤 다정한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다시 내게 상반된 감정을 안겨줄 태양을 꿈꾸며,달의 따뜻한 품속에서 잠든다.
                                      시카고 죤 행콕 센터에서 바라본 석양
                                      (그러나 이땐 공허함이 찾아오진 않았다.)

Tuesday, April 30, 2013

[My Story] 커피를 마시는 시간

우리나라만큼 커피샵이 많은 나라도 없을 거다.이 골목을 지나면 커피샵,저 골목을 돌아도 커피샵.사람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마셨나싶다.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가 커피소비강국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어쩌다보니 습관상,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취향에 맞지도 않는 커피를 하루에도 몇잔씩 들이키는 걸지도 모른다.나만해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마셨는지! 그 시절엔'아침엔 빈속에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바짝 든다'맹목적인 믿음이 있어 그 탕약같은 커피를 잘도 마셨던 것 같다.또 사람들과의 미팅 혹은 담소를 위해 '아까 마셨지만 또 한잔 마시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했던지.하루종일 커피배가 불러있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닌 자리에서 커피는 어색함을 경감시켜주는 기특한 역할을 한다.친한 지인들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의 자리에선 커피잔이 앞에 놓여있어야 덜 불안하다.대화와 대화 사이의 침묵을 커피를 홀짝거리며 흘려보낼 수 있으니.

그래도 내게 커피마시는 시간은 '쉼'과 같다.
뜨거운 컵안에 가득찬 고풍스런 갈색 물을 응시하는 순간,내몸이 일시정지하여 사방의 평온이 모두 이곳으로 몰려오는 느낌이다.이 느낌은 햇빛이 쏟아지는 한낮 혼자 마시는 순간에 극대화된다.혼자 커피마시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거다.


거투르드 스타인이 커피에 대해 썼던 글이 생각난다.

"커피를 마실 때가 좋다.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료 이상이며 일어나고 있는 어떤 현상이다.
 어떤 사건처럼 자리잡고 있어야 할 장소지만 그렇다고 어디라고 가리킬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자기 자신 속의 어느 한 곳이다.
 커피는 시간을 준다.본연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한잔 더 마시기를! "

 본연의 자신이 된다...
 다소 거창해보이지만 사소한 순간 속에 거대한 행복이 있음을 믿는다.

 I love coffee.

             
                 집에서 커피 즐기기
                 & 시카고에서 제일 좋아하는 Intelligentsia cof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