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7, 2011

인간실격(2009.1.3)

작심삼일로 끝나는 첫해결심은 떠벌리지 않는 편이 낫겠다며
새해 해야할 몇가지 일들을 머리속으로 우물우물 씹고만 있다가
개중 하나인 걷기를 다시 시작했다.
차도에서 날라오는 매연을 감수할 만큼 오늘의 밤거리는 상쾌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엔 매연처럼 뿌옇던 마음이 오히려 정화된 느낌이라할까.(동시에 매일 새벽 해안가를 뛰던 내 모습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걷고 뛰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미루어왔던 그러나 중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생각해본다.
얼마전 읽었던 '인간실격'이라는 책제목이 머리속을 맴돈다.
운전면허시험장이 인간자격시험장이라면 나는 보도블럭을 넘어가는 어이없는 감점을 내지는 않더라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별거아닌듯하지만 어쩌면 가장중요한 실수로 야금야금 점수를 깎아먹고
결국은 당신은 "실격"이라는 빨간도장을 쿵 받지는 않을까,
범죄자,알콜중독자와 같은 극단적인 실수를 하는 자만이 인간실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어쩌면 우리중 상당수가 인간실격인지도 모른다.나도 포함.어쩌면 다자이오사무는 자신이 인간실격임을 고백함을 동시에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 아닐까.
여전히 새해계획은 자기반성의 무기한연장으로 지연되어 맘에드는 다이어리에 거창하게 나열되지 못하고 머리속에 떠다니고 있다.
두시간동안 빌딩숲을 걷고 뛰며 돌아오는 길에도 생각이 끝나지 않는다. 그 끝에 새로운 진부한 결심하나.새해엔 인간이 되어보자.
적어도 넌 실격이야,도장 쿵은 면해야하지 않겠어,
적어도 글을쓰는 손이 부끄럽지는 않아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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