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7, 2011

소월길에서(2008)

그런 곳이 있다.

익숙한 곳도 아니고 자주 가본 적도 없지만
왠지 모를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곳 말이다.

남산 소월길을 따라 쭉 걸어올라다가보면
후암동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이 그런 곳이다.

나도 모르게 털석 앉아 언덕길을 내려다본다.

양쪽에 곧게 서서 밤길을 비춰주는 가로등이
언덕길에 낭만을 보태준다.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한아름 사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즐겁다.
목욕탕 바구니를 틀고 총총 걸어가는 아줌마의 표정이 귀엽다.
말 안듣는 강아지를 힘겹게 끌고가는 아가씨의 모습이 힘겹다.
'마라톤 *분*초에 완주목표'라는 종이를 등에 붙힌 할아버지의
뜀박질이 희망차다.
막 연애하기 시작한 듯 수줍은 대학생 남녀의 풍경이 풋풋하다.
막 남산을 정복하고 내려온듯한 아저씨의 걸음이 보람차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고가는 언덕길을 바라보면
왠지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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