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7, 2011

달,두번째

매일 밤 걸으며 혹은 뛰며 상념에 젖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땐 한강변이었는데,달빛아래 반짝거리는 강물은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연상시켰다.
지금 걷는 냇가는 밤이면 안개가 잔뜩 껴 사물이 흐릿흐릿해보이는데 이 모습 또한 인상주의 화가의 평범한 풍경화같다.
오늘은 보름달이 떴다.
아니 아직 보름달이 되기 전이다. 바느질할때 쓰는 쵸크 모양의 달이다.정확한 원을 그리는 보름달보다 왠지 정감이 간다.어느 한쪽이 어눌하게 누그러진 모습이.
그 옆에 단 한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다.마치 집 뒷산에 사는 토끼 눈 옆에 있는 점같다.
달은 언제나 내게 동경의 대상이다.멀리서보면 저렇게 작지만 내가 어딜가든 달은 날 감싸주고 있다.좌우를 살펴도 한결같이 나를 비춰주고 있다. 차를 타고 가면 나를 따라온다.
지금쯤 이 지구 어딘선가 누군가 나처럼 달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공기에 물질뿐만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면
같은 시간 달을 올려다보며 동경하는 모든 이들이 잠시나마 따뜻한 공감을 느낄텐데.
이렇게 안개낀 달밤아래서 걷다보면 세상의 온 감성이 나를 적셔버린 것같다.삶에 대한 모든 감정이 내게 녹아드는 것같다.낮이 되면 부끄러울지경의 감성에 빠져버리는 내 자신이 유치해보인다.
그렇지만 이성과 습관적인 생활로 가득찬 낮 시간에 이런 안개낀달밤으로 3분정도 바뀌는 시간이 있었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삶에 대한 초조함,지루함 습관적임,소시민적인 범인에서 벗어난 무위의 상태를 가능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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