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7, 2011

어느 오후(2009.2.17)

나의 오후
점심을 먹고 나른한 몸을 이끌고 연구소로 향하는 택시 안
바깥공기는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겨울이 가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상기라도 시키려는듯 차다.찬바람이 불지만 하늘은 참 맑다.차라리 흐린하늘의 온풍보다는 추워도 맑은 파란색을 띤 하늘이 맘에 든다는 생각을 한다.창으로 들어오는 반짝거리는 햇빛이 정답다.맑은 공기와 맑은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정답게 한다.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싶은 충동이 들지만 지루한 회의를
대비해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귀로 흘러들어오는 제임스블런트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감미롭다.

지난 어느겨울날 평일오후

나른한 평일오후의 햇살은 언제가 있었던 어느 평일오후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동을 행하고 있는 평일 낮,
통의동 골목을 여유롭게 걸었다.겨울이었지만 바람은 그리 차지 않았고 오후 햇살이 오히려 따스하게 감싸주었다.과거의 흔적을 담은
낡은 집들이 골목마다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었다.
'난 여기에 살고싶다.'
드문드문 보이는 카페는 세련되었지만 사람냄새를 풍긴다.정이 간다.청담동일대의 여느 트렌디한 카페들이 절대 가질수없는 느낌이다.
지나가다 우연히 헌책방을 발견한다.작은 책방에서 책냄새를 맡으며 구경한다.귀에 들리는 소리는 아르바이트생이 넘기는 책장소리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뿐.매우 평온한 순간이다.
윤대녕의 소설 한권을 발견한다.거의 새책인데 이천삼백원이다.큰 수확을 한 기분이다.
심플한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평일 오후의 카페엔 손님이 별로 없다.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주문한다.갈색 부직포로 손수만든
슬리브가 곱다.코코아는 적당히 달작지근하니 맛이 좋다.
윤대녕의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소설에 빠져있는 사이 여러자리가 채워졌다 비워진다.코코아도 어느새 비워졌다.그리고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약속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토끼모양의 수제쵸코렛을 하나 사들고 해가지는 효자동을 뒤로하며 광화문 도심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꿈
작은꿈이란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언제가 있을 어느날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효자동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도서관이란
이름은 거창하겠고 개인책방이라고 할까.이왕이면 해변의카프카에 나오는 마을도서관정도의 규모였음 좋겠지만..최소한 민음사의 문학전집과사진이 멋진 요리책,아트북이 꽉차있는 책방의 주인이다.
산책나온 동네주민,광화문직장인들이 잠깐 들러 책도 일고 담소도 나눈다.내가 만든 밀크티와 쿠키를 맛본다.
책방은 조용하고 평온하지만 라디오와 음악소리가 책방의 공기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책방에 앉아 가끔 손님을 맞으며 글을 쓴다.
세계여행한 이야기,지난날의 추억,사람,동물,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까지...맑은 햇살이 생각의 가지를 치게 하여 여기까지 와버렸다.

그리고 나의밤
세상은 생각보다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감정의 극대화는 부끄러울정도로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세상은 나말고도 복잡하고 바쁜 곳이다.그래도 어쨌든 내안의 작은 방황들은 성장,아니 성숙의 양분이 되리라 믿는다.그래서 긍정적인 방황은 반갑다.
그분의 말대로 감정과 감성의 두 갈래로 나뉘는 것 같기도하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차가운 사람이라는 아이러니는 감정과 감성이 별개인데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풍부한 감성보다는 따뜻한 감정을 가지고싶다.
모두가 잠을 청하는 겨울밤,반짝거리는 도시의 불빛은 한강위에서 더욱 빛난다.인공적이지만 한낮의 햇살만큼 아름답다.
낮에 들었던 제임스블런트의 목소리가 더욱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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